24.05.17.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현장
띠모 :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요즘 축제 준비로 바쁘실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은성 : 네, 저는 8월에 있을 공연 준비하면서 연극치료사 일도 병행하고 있고요. 대전퀴어문화축제 준비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바쁜데요. 지난주에는 매일 아침 8시 전에 집을 나서서 자정이 다 되어서 들어왔어요.
윤희 : 저도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요. 올해 회사가 매우 바쁜 시기라, 일하면서 축제 준비하는 게 많이 힘들더라고요. 회의도 보통 연차를 내고 참석하는 편입니다. 지난 주에는 집행위원장단 회의를 밤 11시에 하기도 했어요.
띠모 : 정말 바쁘게 지내시네요. 그렇게 지난 5월,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이하 대전퀴퍼) 조직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대전에서는 물론, 충청권에서도 최초라고 알고있는데요. 조직위원회 출범까지 이어지게 된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윤희 : 대전에서 퀴어축제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고, 2017년에 퀴어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있긴 했어요. 대전 내에서 주도적으로 조직한 건 아니었고,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서 조직한 ‘각 지역을 도는 사업’의 일환이었어요. 그치만 대전 내에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진행된 축제는 없었죠.
올해 축제의 첫 시작은 별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어떤 강의를 듣는 중에 문득 ‘대전도 광역시일 정도로 큰 도시인데, 왜 퀴어축제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시민단체 활동가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함께할 사람 3명을 모아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로 3명을 모아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 중에 은성님도 있었고요. 근데 그러니까 좀 무섭더라고요. 일이 좀 커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눈 떠보니 텔레그램 방에 15명이 들어와있었어요. 그렇게 시작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제가 집행위원장까지 맡게 되었네요. 그래서 이와 이렇게 된 거, 한번 놀아보자. 올해만 하고 없어져도 좋으니 올해만이라도 한번 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띠모 : 그러면 은성님 입장에선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은성 : 전 퀴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돕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도와줄 사람은 필요없고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합류하게 되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당시엔 100명도 많다 이런 얘길 했는데, 지금은 500명 이상 올 거 같은 느낌이에요.
띠모 : 조직위원회 출범 직후, 반대세력이 기자회견을 열어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에 대해 조직위 내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윤희 : 당일, 기자회견 끝나고 그 현장을 살짝 봤어요. 무슨 얘기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근데 어떤 분이 갑자기 삭발을 하시더라고요. 당황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어요. 발언하시는 분이 굉장히 결의에 찬 목소리로 ‘우리는 퀴어를 혐오하는 게 아니다. 공공장소에만 나오지 마라. 음지문화는 음지에서 즐겨달라.’ 는 이야길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자녀들이 동성애자가 되면 호르몬을 주입하면서 평생 살아야 한다 이런 말까지 하시더라고요. 언제부터 레즈비언이 호르몬 치료를 받는 존재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기자회견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사실 좀 씁쓸하기도 했어요.
은성 : 우리 이슈를 뺏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또 어떻게 보면 우리 대신 홍보해준 거기도 해요. 기자회견 장소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많이 걸어놓으셔서, 모르던 시민 분들도 대전퀴퍼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됐을 것 같고. 실제로 반대 현수막 보고 알게 된 분도 계시더라고요.
띠모 : 이장우 대전시장의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희 : 이장우 시장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혐오 발언도 언론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한 도시의 장이 당당하게 혐오하고 배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축제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론 이슈가 많이 되지 않았는데, 이장우 시장 한마디에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졌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장우 시장이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막을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대구퀴어문화축제 관련 판결이 났고요. 그래서 그 소식이 또 오히려 힘이 됐죠.
띠모 : 여러 혐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잠깐 개인적인 질문도 드려볼게요. 지역에서 퀴어 당사자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요?
은성 :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페미니스트고 퀴어프렌들리하다보니 큰 어려움을 못 느꼈어요.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퀴어 연극을 하기로 하면서 지원사업을 냈는데, 다 떨어졌어요. 사실 그때까진 떨어진 이유가 퀴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대전퀴퍼 관련해서 대전문화재단과 함께 쓰는 공간을 대관하려던 중에, 그 쪽에서 ’공공질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허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대전문화재단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알게 됐죠. 아, 내가 지원사업 다 떨어진 이유가 있었구나. 서울엔 이미 퀴어 정체성을 가진 극단도 있고, 퀴어 연극제도 있어요. 그런데 대전은 공공기관의 인식부터 아직인 거죠. 이런 점에서 수도권과의 차이가 확 느껴졌어요.
윤희 : 저도 은성님과 마찬가지로 오픈 퀴어로 살고 있어요. 아무도 주변에서 저에게 혐오 발언을 하지 않았었고. 그런데 오히려 대전퀴퍼를 준비한 두 달 동안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어요. 그래서 이제야 “아, 이래서 퀴어운동이 정말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불특정다수가 뱉는 혐오발언, 예를 들면 대전퀴퍼 출범 기자회견 기사에 달리는 혐오 댓글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세상과 지금 세상은 아직 괴리가 좀 있다는 걸 느꼈죠. 저는 퀴어프렌들리까진 아니더라도 그냥 적당히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목소리로 욕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띠모 : 생각이 많아지는 답변들이네요. 그러면 다시 축제로 돌아와볼게요. 대전퀴퍼를 진행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든가요?
윤희 : 축제 장소 구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처음엔 안전하게 실내에서 하자는 기획이었는데, 여러 이유로 바뀌었거든요. 그 기획을 바탕으로 3~4주 동안 프로그램 등 다른 세부 기획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전부 뒤집어 엎었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 내에 다시 기획해야 했던 게 너무 힘들었고요. 집행위원회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내부에서 원하는 방향을 맞춰나가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하나하나 의견이 다 다르고 하다보니까.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은성 : 저도 아무래도 장소. 5개 구에 전부 공원 사용 신청서를 냈는데 하나씩 전부 불허되었어요. 그리고 전 항상 공연이나 예술 분야에서만 일하다가 행정적인 일을 처음 접해서 되게 놀랐어요. 집회신고나 경찰과의 소통 등 전혀 알지 못했던 게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집행위원장이면서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다른 집행위원 분들이 착착 잘해주시긴 했지만, 그런 부분에서 또 어려움이 있었어요.
띠모 : 공원 사용 불허 결정에 대해선 조직위 차원에서 대응 계획이 있는 건가요?
윤희 : 일단 불허 통지서는 오는 대로 다 가지고 있고요. 특히 동구청 같은 경우엔 한번 허가를 했다가 다음날 부리나케 전화와서 취소한 거라, 이에 대해서는 대응을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띠모 : 띠모도 응원하겠습니다. 대전퀴퍼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요? 한가지씩 말씀해주세요.
윤희 : 일단은 개최 자체가 가장 기대되고요. 부스도 꾸미고 무대도 세워져서 행사가 딱 시작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 편이라는 게 증명되니까 그게 가장 기대가 돼요. 너무 벅찰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길을 잘 닦아놨으니 내년에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그리고 대전이 노잼도시로 유명한데, 대전퀴퍼라는 다양한 볼 거리, 즐길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또 타지 등 여러 단위에서 주최나 부스에 참여하시는데, 대전지역에서 연대의 확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됩니다.
은성 : 저는 일단 연계 프로그램인 전시가 기대돼요. 대전에서 활동하시는 6분의 작가님들이 퀴어를 주제로 전시를 여는 거라서. 또 대전에서 글씨 작업을 하시는 추교은 선생님이 계신데, 이분이 시트지로 글귀를 적어주시면 그걸 들고 행진할 거예요. 그게 대전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띠모 : 그렇다면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대전퀴퍼, 지금 참여자 수가 어느 정도 될지 많은 추측이 있는데요. 두 분은 얼마나 오면 좋겠나요?
윤희 : 저는 1,000명? 축제에 천 명 정도 오면 멋있지 않을까요?
은성 : 전 행진을 생각했을 땐 그래도 500명 정도는 와야 그림이 예쁘지 않을까 싶어요.
띠모 : 많은 분들이 오시는 축제가 되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내년에도 하실 거죠?
은성 : 전 일단 연극까지 끝나면 정말 아무것도 안할 거예요. 그리고 내년에 축제를 한다면 저는 부스참여자로.. (웃음)
윤희 : 7월 대전퀴퍼 이후 9월에는 또 회사가 정말 바쁜 시즌이라 더 바쁠 것 같고요. 내년 퀴어문화축제를 생각해보면.. 너무 싫다고 하면서 결국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내년엔 단체 등록을 하면 좋겠어요. 내년에도 추진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또 할 것 같긴 해요.
띠모 : 올해 대전퀴퍼의 성공적인 개최를 띠모도 열심히 응원할게요. 마지막으로 띠모크라시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해주세요!
윤희 : 일단 올해 대전퀴퍼에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시면 좋겠고요. 그리고 올해 축제를 기점으로 다양한 퀴어 주체들이 즐기는 걸 넘어서 같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축제가 만들어지길 바라요. 7월 6일 하루로 불씨가 꺼지는 게 아니라, 이걸 계기로 계속 대전에 장작이 넣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은성 : 네, 제가 8월에 그 불씨를 이어서 퀴어 공연을 하는데요. 대전퀴퍼 이후 한달 뒤니까 많이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대전퀴퍼와 퀴어 공연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면, 지역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극 <이건 이름없는 이야기야>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