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시민의견 수렴을 이제서야 한다고?
국민의힘 시도지사와 대전시의회는 "시민의견 수렴을 하지 않는 통합은 문제"라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민의힘 정치인들 또한 시민의 의견을 들은 적이 없으면서 이제와서 시민의견 수렴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어요.
시간을 되돌려 2025년 7월 대전시의회 회의록을 한번 볼까요? 이 회의록은 시민의견 수렴이 성립하지 않았음을 보여줘요. 당시 대전시의회 의견청취는 민주적 숙의 과정이 아닌,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요식행위’에 불과했어요.
먼저 대전시의원들은 회의 당일 아침에야 자료를 받고 심사에 임했어요. 2025년 7월 15일 행정자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안경자 위원은 “회의자료를 아침에 받아봤고 사실 되게 헷갈렸다”고 토로했어요. 대전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다루면서, 집행부는 최소한의 검토 시간조차 보장하지 않았죠. 대전시의원들은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을 통과시켜요. 이 과정에 시민의견 수렴은커녕, 시의원의 의견 수렴도 없었던 거죠.
둘째, 찬반을 가늠할 기본 데이터인 ‘여론조사 결과’조차 제공되지 않았어요. 같은 날 이병철 위원이 시도민 의견수렴 여부를 묻자, 기획조정실장은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금주 중에 나올 예정”이라고 답했어요. 시민들이 정말 통합을 원하는지, 어떤 우려를 하는지 등의 기초적인 데이터조차 없는 상태에서 의회는 행정통합에 ‘찬성’한 거죠. 이는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거예요. 이러면서 지금 주민투표, 시민의견 수렴을 운운하는 것은 인정받을 수 없는 행동이에요.
세 번째 또한 큰 문제인데요. 당시 대전시의원들은 통합의 핵심인 "법률안"은 구경조차 못하고 의결했어요. 행정통합의 실체는 결국 국회를 통과할 특별법안에 있어요. 그러나 당시 회의에서 의원들은 296개 조항에 달하는 법률안 전문을 보지도 못했어요. 당시 회의록에도 '법률안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안경자 의원의 발언이 기록되어 있어요. 안경자 의원이 당시 “법률안 내용에 대해 위원들이 인지 못 하는 상황에서 의결하라고 왔다”는 비판을 했음에도, 안건은 상임위를 통과했고요. 7월 23일 본회의에서는 토론 한 번 없이 가결되었어요. 본인들도 법안을 보지도 못하고 의결시켰으면서 지금 와서는 '국민의힘 법안에 비해 특례가 줄어들었다'고 하는 게 인정받지 못하는 거죠.
이것이 대전시와 대전시의회가 주장하는 ‘민주적 절차’의 본질이에요. 대전과 충남을 통합하는데 있어서 양당 모두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 마디에 통합을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두 시도지사의 통합 추진에 문제 제기 없이 추진했으니까요.
그.런.데. "합당"에는 당원 의견수렴?
지난 1월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이야기가 나왔어요. 대전지역 국회의원들도 두 정당 합당에 거세게 반대했는데요. 박범계, 박정현, 장종태, 장철민 국회의원은 SNS에 합당을 반대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어요.
박정현, 장종태, 장철민 의원은 지난 1월 22일 합당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요. 살펴보면, 박정현 의원은 "정당의 모든 결정은 당원으로부터 나옵니다", 장철민 의원은 "당원의 뜻을 묻지 않은 일방적인 합당 추진, 반대합니다", 장종태 의원은 "당원들에게 먼저 설명하고 묻는 절차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작성했어요. 박범계 의원도 "공감대를 충분히 이루지 못한 합당은 혼란입니다"라며 공감대를 형성한 후 합당해야 혼란을 최소화 하는 길이라고 했어요.
맞는 말이죠. 정당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당원이고 당원의 뜻이 중요하니까요.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한 합당이 가져올 혼란 등을 알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당내 민주주의는 강조하면서, 왜 대전과 충남을 합치는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주민의 뜻을 묻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당내 민주주의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시민의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한 건가요? 행정통합으로 인한 혼란을 예성하면서도, 시민의견 수렴은 행정통합 논의에서 쏙 빠져있죠. 이처럼 "의견 수렴"이라는 용어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사용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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