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페스티벌 <푸릇한밭> 집행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설 제공)
스로카 : 안녕하세요, 푸릇한밭 집행위원 스로카입니다. 전환기획팀에서 워크숍 기획 및 운영을 맡았어요.
설 : 안녕하세요, 설기입니다. 저도 집행위원이고요. 연결운영팀 팀장입니다.
(띠모 : 푸릇한밭 집행위원회에 있는 팀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설 : 네, 팀은 총 세 개예요. 연결운영팀, 전환기획팀, 그리고 브랜딩팀 이렇게 있고요. 집행위원은 현재 다섯 분이에요.
전환기획팀은 워크숍을 어떤 컨셉과 주제로 기획할지 논의하는 팀이에요. 예전엔 훌라라든가 체험형 워크숍 위주였는데, 올해 대구 n맥 페스티벌을 견학하고 나서 워크숍을 좀 깊이 있게 해보자는 취지로 팀을 따로 만든 거예요.
연결운영팀은 주로 실무를 담당해요. 제가 총괄 역할을 하고 있어서 빠뜨린 건 없는지 챙기고 있습니다. 예전 축제 평가에서 부스 운영자든 워크숍 진행자든 참가자든 그냥 한 번 왔다 가는 게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어요. 일회성 참여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에도 네트워킹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해보자는 취지에서 팀 이름에 '연결'을 넣었습니다.
브랜딩팀은 '어떤 사람이 이 축제에 왔으면 좋겠는가'를 기반으로 홍보와 디자인, 조직화를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그냥 디자인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내년에는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야기 중입니다.
띠모 : 그렇다면 '푸릇한밭'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설 : 한밭은 대전의 옛 이름이에요. 그리고 '푸릇'이라는 단어가 직관적으로 비거니즘의 느낌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푸릇한 밭'이라는 뜻도 있고, 대전이 넓은 밭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지금은 개발과 착취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지만 예전에는 어떤 생명 공동체의 공간이었잖아요. 그래서 대전이 이제는 '푸릇한 밭'이었으면 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어요.
원래는 그냥 '대전 비건 페스티벌'이라고만 했는데, 올해부터 브랜딩을 좀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만들었어요. '비건'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먹는 것으로만 좁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서, 좀 더 확장성 있는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단지 육식과 채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살리는 삶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이 이름을 지은 게 크다고 할 수 있죠.
띠모 : 대전이라는 지역 사회에서 비거니즘 운동이 갖는 특별한 의미나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설 : 대전에서 비건 활동가들이 모이는 공간이 '한밭레츠'예요. 한밭레츠가 지역화폐와 공동체 운동을 하는 곳인데, 그 공간에서 같이 요리도 해 먹고 프로그램도 하면서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거, 그게 저희 활동의 지향점인 것 같아요. 비거니즘이 자칫 착한 소비 운동으로 흘러가거나 활동가 역량을 쌓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쉬운데, 한밭레츠는 세대 간 활동가들이 평등하게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려고 해요. 선배 활동가들한테 올바른 관점을 배우면서 토론할 수 있는 공동체라는 점이 되게 좋아요.
운동의 핵심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인 것 같아요. 앉혀놓고 "너 채식해라" 하면 공격으로 들릴 수 있거든요. 설득하겠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같이 운동하자고 손 내미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로카 : 대학에서 보면 채식 식단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많아요. 근데 잘 보장이 안 되고 있으니까, 비거니즘에 대한 욕구가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실제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학교, 주변 시민사회, 상권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전은 연구단지가 있어서 지방 도시치고 외국인 비중이 꽤 높거든요. 종교적 이유나 문화적 배경으로 채식을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비거니즘이 다양성 보장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띠모 : 비거니즘을 단순히 '식단'이 아닌 '사회 운동'으로 정의한다면, 꿈꾸는 대전의 미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스로카 : 유성구에는 채식 선택권 조례가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그게 단지 '채식 선택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느 식당에 가든 비건식을 당연히 요청할 수 있고, 나아가 저탄소 식단이 기본이 되는 지역이었으면 좋겠어요. 회식할 때 당연히 삼겹살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는 문화요. 그리고 비거니즘과 생태 보존이 연결되어서, 내가 먹고 입고 쓰는 것에서 동물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하천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설 : 저는 '채식 선택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비거니즘의 관점을 좁혀버린다고 생각해요. 비거니즘은 비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거든요. 공공기관부터 비건 식단을 1순위로 하는 게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 농민 지원 정책, 축산업의 단계적 폐지와 친환경 농가 보조금 지원, 이주민 노동자들이 정의롭게 전환할 수 있는 일자리 보장 같은 정책들이 함께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비인간만이 아니라 여성 농민, 이주민 노동자 모두가 정의롭게 전환할 수 있는 방향이요.
띠모 : 그러면 활동하면서 대전을 '비건 불모지'라고 느끼시는지, 아니면 '비건 친화적 도시'로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설 : 활동가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친화적이에요. 운동하시는 분들과 교류하고 만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아요. 한밭레츠를 통해 많이 배웠거든요. 좋은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비거니즘 활동가 층위가 정말 다양하지만, 모이면 한 줌이기도 해요. 그래서 불모지에 한 표를... 저는 여러 측면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스로카 : 소비자 관점, 선택권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불모지죠. 비건 식당은커녕, 옵션이 있는 곳들도 정말 없는 편이라.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충남대에는 비건/채식 메뉴가 아예 없거든요.
띠모 : 축제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볼게요. 이번 축제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뭘까요? '참여자가 이건 꼭 경험하고 가면 좋겠다' 하는 포인트를 홍보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