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충청남도가 추진 중인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단지 광역지자체의 단순한 통합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일로서 행정통합에 국한되어 논의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대전시와 충청남도의 광역지방지차단체 행정통합에 따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조정을 포함하여 각종 행정서비스 제공방안, 관련기관의 통합 및 조정, 시민의견수렴 등 한 단계씩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행정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중대한 사안인 ‘대전광역시·충청남도 행정통합’을 대전시와 충청남도는 시민 참여와 민주적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행정통합을 논의하면서 정작 시민은 논의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머물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그 어떤 통합도 ‘진짜 통합’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를 의식한 듯 대전시는 6월부터 8월까지 자치구 5곳에서 시민 공감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들은 모두 평일 오후 2시에 개최됐으며, 시민 다수가 참여할 수 없는 시간대에 열렸다. 이름은 ‘공감 토론회’였지만 형식적으로 개최된 행사였으며, 시민의 자발적인 의견과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는 없었고 공감도 없었다.
그리고 통합 찬성 여론이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결과도 나오기 전 의회 승인을 받는 등 과정 상에서도 무리한 통합 진행을 하고 있다. 시민의 뜻을 묻고자 한다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형식적인 자리들은 시민 의견 수렴이라는 명분 하에 진행된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다.
그리고 현재 통합 논의는 오직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하며 현실적인 우려와 난관을 외면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통합이 곧 화학적인 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도시와 농어촌이라는 공간적 차이뿐만 아니라, 발전 우선순위, 재정 운영, 그리고 지역 간 이해관계 등 수많은 지점에서 갈등과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합리적인 우선순위 설정 없는, 통합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뿐이다. 막연한 통합 논의가 아니라,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합의 핵심이 될 특별법 초안이 비공개 상태라는 점이다. 정책의 근거가 되는 가장 중요한 법안과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채 ‘의견 수렴’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은 그저 절차의 요건만을 갖춘 껍데기에 불과하다. 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면서, 그 근간이 되는 법안을 비밀리에 추진하는 것은 시민을 배제하고 기만하는 행위다. 만약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통합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특별법 초안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숙의와 충분한 논의가 보장되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어떠한 통합 논의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불투명하고 형식적인 절차로 진행된다면, 통합은 정치인의 치적 쌓기나 일부 이익 집단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시에 요구한다. 통합이 진짜 목적이라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질적인 시민 참여를 보장하라. 특별법 초안을 공개하고, 갈등의 우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라. 통합의 방향이 아니라, 통합의 방식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시민에게 동의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시민이 배제된 밀실 행정으로는 그 어떤 통합에도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다.
2) 대전-충남 행정통합, 정치적 셈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 국가적 차원의 면밀한 검토와 시민 주도의 투명한 공론화가 먼저다 -(2025년 12월 18일)
지난 12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통합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논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국가 차원의 행정체계 개편과 충청권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논의는 개편 방안의 ‘정답’을 행정통합으로 미리 정해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그간 메가시티, 충청권 광역도시연합 등 수많은 담론이 등장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평가나 근본적인 대안 모색 없이 또다시 간판만 바꿔 단 격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백년대계다. 우리는 시민의 입장에서 현재의 졸속 통합 논의가 가져올 위험성을 엄중히 경계하며,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촉구한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권유’ 발언은 자칫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라는 발언에 우려를 표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한 고민은 긍정적이나, 그 해법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위로부터의 통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 주민이 더 많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정치적 성과를 위해 통합을 서두르던 일부 단체장들에게 무비판적인 ‘속도전’의 명분을 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자생력을 갖추도록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규모의 경제’라는 환상을 넘어 ‘국가 차원의 행정체계 개편’ 틀 안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대전시와 충청남도는 덩치를 키우면 경쟁력이 생긴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 없이 단순 수치를 합산한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통합이 아니라, 타 지자체(대구-경북 등)의 논의 흐름과 연동하여 국가 전체의 행정체계 효율성을 따져보는 거시적 안목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대전이 가진 고밀도 도시로서의 문제와 충남의 농어촌 기반 지역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의 성격이 판이하다.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진 두 지역을 기계적으로 결합했을 때 발생할 비효율과 부작용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의 치열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치적 쌓기’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실패한 담론의 답습은 ‘미래의 가능성’마저 파괴한다.
우리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필요에 따라 메가시티, 행정통합 등의 의제를 던졌다가 흐지부지하기를 반복했다. 이번 논의마저 정치적 계산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되다 실패한다면, 향후 정말로 통합이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 왔을 때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권의 제안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협력의 경험도 중요하다. 현재의 행정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연계와 협력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행정 간판만 바꾼다고 시너지가 생길 리 만무하다. 작은 협력의 성공 경험을 축적하여 신뢰를 쌓는 것이 순서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청사 소재지, 예산 배분 등을 둘러싼 지역 간 극심한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시민 없는 통합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론화가 우선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 모든 과정에서 주권자인 ‘시민’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296개 조항에 달하는 방대한 ‘통합 특별법안’은 통합시장의 권한 확대와 각종 예외 조항을 담고 있음에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다. 통합이 주민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득실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과 숙의 과정, 그리고 주민투표와 같은 직접적인 의사 확인 절차 없는 대전-충남 통합 추진과정은 명백한 비민주적 행정이다.
가장 먼저, 정치권 주도의 일방적 논의를 중단하고 ‘민·관·정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를 즉각 구성해야한다. 단체장의 의지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먼저 열어야 한다.
행정통합을 선거용 카드로 활용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로드맵 속에서 대안을 모색해야한다.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전체의 행정 효율성과 지방 분권의 관점에서 타당성을 검토해야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토론회와 주민투표 등 시민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절차를 선행하라.
3) 대전·충남 행정통합, 선거 일정이 아니라 시민의 시간표로 논의하라(2025년 12월 19일) -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18일,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대통령이 대전·충남지역 여당 국회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태흠, 이장우 두 시·도지사의 ‘선언’으로 시작된 행정통합 논의가 이재명대통령의 ‘결정’으로 급속히 정치 일정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대전과 충남의 주민들을 충분한 설명도, 선택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방자치의 구조, 재정 배분, 행정 권한, 지역 정체성 전반을 뒤흔드는 중대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현재 논의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합이라는 결론이 정치권 내부에서 먼저 설정되고, 시민 참여는 그 이후로 미뤄지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행정통합이 ‘규모의 확대’로 지역의 경쟁력을 보장한다는 단순한 논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대전과 충남은 서로 다른 도시 구조와 산업 기반, 인구 특성을 지닌 지역이다. 객관적 데이터와 충분한 검토 없이 통합을 서두를 경우, 행정 비효율과 지역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통합이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와 전문가 검증, 시민 숙의를 통해 판단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특별법안에는 수많은 특례조항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는 환경 규제 완화, 개발 인허가 절차의 예외 적용 등이 포함되어있음에도,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설명과 사회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통합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만을 들었을 뿐, 주민의 삶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 예상되는 문제와 쟁점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충분한 정보공개와 숙의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결정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행정통합이 급부상했다. 우리는 지역의 미래가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통합 속도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시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절차를 명확하게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